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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흘러 2024

가만히 누워있으면 시계 초침 소리에 사람들 생각이 떠올라. 하루 이틀 겪은 것도 아니지만, 예전 따뜻했던 밤들과 추억의 여행 보따리가 가슴속에 다 남아있는데, 가끔은 사람들도 나를 그려보겠지. 너무 멀리 와버려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어도, 듣지 못할 수 있고 그들은 서두르지 말라고 하겠지. 어쩌면 풀려버린 초침처럼 뒤처졌겠지만, 나 또한 누군가가 길을 잃었을 때,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내가 앞을 밝혀줄 것이고, 몇 번이고 당신이 넘어졌을 때 내 손을 잡기를. 내 사진이 바래져 버리고, 현실의 어둠이 더 깊어 잿빛으로 바뀌어 창밖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고 보면, 도둑맞아 버린 깊은 비밀들. 시간이 갈수록 멎어가는 내 두근거림. 하지만 길을 잃었을 때, 앞을 밝혀주며 자빠지고 지쳤을 때, 우리 모두 손을 잡..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2023

연말 연초가 되면 많이 쓰이는 문구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은 논어(論語)의 위정편(爲政篇)에 나온다. 흔히 “옛것을 알아야 새것을 안다.”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 조선의 정조는, 옛것과 새로운 것의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초학자들이나 하는 말이고, ‘옛것’을 익히다 보면 그 ‘옛것’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공자님의 뜻은 과연 그러할까. ‘온고이지신’에서 ‘옛것’의 의미로 ‘옛 고(古)’자가 아닌 ‘까닭 고(故)’이다. 즉 '까닭을 탐구하여 새로운 깨달음을 얻다'로 해석되는 게 맞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출신들이 신당을 꾸리는 중이다. 현재 있는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깨달음), 무었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래서 온고(溫故)하지 못하여 지신(知新)하..

Woman & Word 2024.04.16

Memories

국민학교 때, 일 년에 두 번은 교회에 갔다. 봄 부활절에 색깔들인 삶은 달걀이 유혹했고, 겨울 성탄 예배 끝나면 엄청난 먹거리와 선물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린시절 누군가에게 성탄 선물을 받았던 기억이 없었다. 그걸 동네 교회가 대신해 줬다. 그리고 성탄 저녁에는 영화도 틀어 줘, 동네 아이들 사이엔 엄청난 이벤트라, 착한 아이는 물론 도저히 교회 나올 것 같지 않은 악동들도 패거리로 성탄 예배하는 모습이란, 그것도 눈 꼭 감고 두 손 모아서, 참 어린 마음에 봐도 겸연쩍긴 했는데 그날 교회는 초만원이었다. 중등 고등 때는 누군가를 그리며 교회에 갔다. 그때는 청소년들이 교류하는 장소로서 교회가 꽤 큰 역할을 했다. 목사님이나 학생부 지도 전도사들이 현명하게 남녀 교통 정리도 해 주어서 안전했으..

사악한 제품들

요 몇 년간 내가 필요하여 애플 제품 하나둘씩 장만 하다 보니 적지 않게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알량하게 번 돈을 수년간 비싼 애플에 갖다 바치며, 에어플레이로 연동되는 애플 생태계에 빠져 의도하던, 아니던 이를 벗어나면 생활이 좀 불편하다. 그것이 애플 생태계를 무시해도 사는데 지장 없건만, 무언가 허전하다. 이들 사악한 제품 이야기를 해볼까? 스마트워치(시계)가 2014년 애플에서 처음 출시되어 딱 10년 됐다. 그 후속으로 스마트 링(반지)이 출시되려는 것 같다. 먼저 애플에서 출시될지, 삼성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면 반지 이후 Smart Necklace(목걸이)도 나오지 않을까? 기존 워치나 출시 예고된 링 정품 가격이 사악한데, 이들 기능이 서로 거의 비슷하면서 알리에서 파는 저렴한 중국산 워치(..

집값은 내려도 문제없다

한국부동산이 위기라고 연일 떠든다. 이는 90년대 IMF 같은 한국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과연 누구의 위기일까? 건설업자, 시행사 및 극강의 다주택자 그들과 공생하는 레거시미디어가 아닐까? 또한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영끌의 개인들이 욕망에 사로잡혀 온갖 재주를 부려놓고 집값 망해가니 정부가 해결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2030들도 무척 많다. 이들이 2022년 대선판이 영향받을 정도로 몰아갔으나 결국은 디폴트를 맞은 셈이다. 자기 처지에 맞은 주택 실거주자라면 집값이 하락해도 신경 쓸 이유 없다. 그런데 가격 하락했다고 부들대는 건 투자해서이다. 바로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말한다. 상대적인 적은 비용으로 부동산 자산을 확보하는 방..

뒤바뀌는 세계, 더 나아가서

얼마 전 미국 ‘UPS’의 임금 인상 뉴스로 떠들썩했었다. (노사 합의로)이 회사 택배기사의 연봉이 17만 달러(약 2억 2,500만 원) 이상 올라 웬만한 미국 빅테크 기업의 평균 연봉보다 높아, 미국인 일반소득의 3배 이상이다. 챗GPT 등장이 지식 전문직은 AI로 대체될 수 있지만 택배기사와 간호사, 웨이터 등 육체노동은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UPS로서도 임금을 올려주지 않고서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것은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미국은 현재 산업 전반에 걸쳐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이처럼 뜨거운 노동시장이 미국의 대학 진학률마저 뚝 떨어지게 한다. 굳이 비싼 학비를 내고 대학에 가느니 일찍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챗GPT 등 생성형 AI의 ..

12월, 마지막 잎새

그날 밤 폭풍우가 매섭게 몰아친다. 존시는 옆집 담쟁이덩굴을 보는데 나뭇잎들이 다 떨어졌지만, 마지막 잎새 하나는 끝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존시는 그 나뭇잎에 감화되어 삶에 대한 의지를 얻게 된다. 그 뒤 존시가 완전히 회복되자 의사는 놀라워한다. -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中.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달력 한 장 남아 12월은 절망과 희망으로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면서 가뜩이나 4분기는 한해의 끝이라 심란한데 쌀쌀해지는 날씨와 떨어지는 낙엽은 계절을 타며 센티 해진다. 하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에 계절성 우울증은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봄에 회복되는데 이 소설에선 인위적으로 그린 잎새로 계절성 우울증을 치료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안..

Nature & Edu 2023.12.21

시간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46억 년 지구 역사에 비춰 인간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를 이렇게 말했다. “에펠탑의 높이가 지구 생성 이후의 시간 길이를 가리킨다면, 인간 출현의 역사는 에펠탑 꼭대기에 칠한 페인트 두께에 불과 하다.”라고. 이제 한파가 닥칠 겨울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2023년도 달력 한 장 남아, 지난여름이 꽤 길게 느껴져 끝 모를 것 같았지만 잠깐의 가을을 지나며 겨울로, 지루한 장강의 앞 뒷물을 떠나서 ‘시간’은 물리학의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에 의하여 우리의 뇌 속에서 무척 주관적(생체적 이미지)이며, 반대로 거스를 수 없는 객관성(물리적 시간)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인간이 순간순간 단일한 시간만을 감지하는 존재가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종교적일 정도로) 구조를 가진, 여러 순간을 동시..

Nature & Edu 2023.12.21

코리아 피크

어제 월드컵 예선을 보는데 상암경기장에 모인 무수한 젊은 사람들이 새삼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과연 몇십 년 뒤 이럴 수 있을까?” “지하철 경로석은 일반석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은 불과 2027년부터 가시화되리라는 인구절벽을 말하는 것이다. 며칠 전 일본에서 한국의 경제성장이 사실상 끝나 인구절벽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성장률이 정점을 찍고 내려간다며 크게 보도했다. 그 내용이 “한국 언론에서 중국 경제를 두고 ‘피크 차이나’라는 용어를 쓰며 중국의 경제발전은 이제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며 한국의 상황을 일본이 설명한다. 그러면서 “한국은 끝났다 … ”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아 이를 ‘피크 코리아론..

Woman & Word 2023.12.21

이런 희귀음반, 김광희 노래

1970년대, 사람들이 즐겨 불렀던 포크송 '세노야'를 작곡하고 최초로 노래했던, 지금까지도 베일에 가려진 당시 서울대 음대 작곡과 학생(68학번) 김광희. 양희은의 노래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것은 1970년 가을이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가의 꿈을 키우면서 존 바에즈 등 외국 포크 가수들의 노래를 접하며 포크송의 가사를 음미하고 있었다. 김광희의 짧은 대중음악 인생에서 김민기는 절대적 관계로 친구의 동생인지라 이미 안면은 있어서 김민기가 조직한 대학생 포크그룹의 건반악기 반주를 해주었는데, 당시 서울대는 김민기 · 이정선 · 현경과 영애 · 두나래 등 많은 아마추어 학생 가수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우연히 퓰리쳐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인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Music 202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