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 History, Religion

Memories

전쟁과 평화 2024. 4. 16. 11:32

 

국민학교 때, 일 년에 두 번은 교회에 갔다. 봄 부활절에 색깔들인 삶은 달걀이 유혹했고, 겨울 성탄 예배 끝나면 엄청난 먹거리와 선물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린시절 누군가에게 성탄 선물을 받았던 기억이 없었다. 그걸 동네 교회가 대신해 줬다. 그리고 성탄 저녁에는 영화도 틀어 줘, 동네 아이들 사이엔 엄청난 이벤트라, 착한 아이는 물론 도저히 교회 나올 것 같지 않은 악동들도 패거리로 성탄 예배하는 모습이란, 그것도 눈 꼭 감고 두 손 모아서, 참 어린 마음에 봐도 겸연쩍긴 했는데 그날 교회는 초만원이었다.

 

중등 고등 때는 누군가를 그리며 교회에 갔다. 그때는 청소년들이 교류하는 장소로서 교회가 꽤 큰 역할을 했다. 목사님이나 학생부 지도 전도사들이 현명하게 남녀 교통 정리도 해 주어서 안전했으며, 요즘처럼 대형교회라 하는 게 드물었고 사람 친화적인 데가 아니었나 싶다.

 

노래 ‘광화문연가’에 그려지듯,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풍금 반주에 찬송가 부르던 소담한 교회가 기억에 생생하다. 지금처럼 빈부 개념이 극단적이지 않았던 시절이라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모두 같았던 시절이고 한동네에 살았었다. 하긴 모두가 하향 평준화였던 시절이라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이런 풍경이 가능하기나 할까?

세상살이는 더 편해진 것 같은데, 사람 사는 내용은 갈수록 힘들어져 빈부는 더 커지고, 크리스마스 교회 안에 모두가 평등했던 그 시절 아이들 세상이 새삼 기억되며

그런 크리스마스 기억을 소중히 간직한다.

 

각자 믿는 종교를 떠난 영혼의 노래, Mercedes Sosa가 노래한 'Kyrie(Misa Criolla)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한글 자막)

 

https://youtu.be/UxkKQIBispU?si=qVPfnzi-VXhdE2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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