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 Drama 114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이 영화의 셀린 송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그의 시작은 연극이었다. 10년 넘게 뉴욕에서 극작가로 활동했고, '패스트 라이브즈'는 첫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어릴 때 캐나다로 이주해 성장한 송 감독은 한국과 캐나다 그리고 미국을 오가면서 쌓은 경험과 정서를 '패스트 라이브즈'에 담았다. 본인의 미국인 남편과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내용을 구상했고, '인연'이라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극에 녹였다. 그 결과 전미 비평가 협회상(작품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고, 3월11일(한국시간) 열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신인 감독의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각본상, 작품상 후보에 올라 크리스토퍼 놀란, 마틴 스코세이지 같은 세계적인 거장과 이름을 나란히 한다. 영화는 한..

Cinema & Drama 2024.04.16

영화 파묘(破墓)의 주인공들

영화 파묘에서 배우역할 이름들이 절묘하게 배치된다. 보면, 첫째, 지관(地官)으로 출연하는 최민식은 ‘김상덕’ 역할로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김상덕은 1948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했던 분이다. 즉 친일파 처벌의 수장이었던 것. 잘 알다시피 이승만에 의해서 반민특위가 와해 된다. 둘째, 젊은 무당으로 출연하는 김고운은 ‘이화림’역을 한다. 이화림(1905–1999년)은 3.1운동과 중국에서 임시정부의 한인애국단 활동을 한 여성 독립운동가였다. 셋째, 유해진은 장의사에서 염(殮)을 전문으로 하는 ‘고영근’ 역할로 이 고영근(1853–1923)은 독립협회 부회장, 만민공동회 회장 출신으로 을미사변에서 민비가 시해되는데 그 앞잡이인 조선군 훈련대 제2대대장이었던 우범선을 도피처인 일..

Cinema & Drama 2024.04.16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는 시각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하야오의 영화라 10년 만에 개봉하는 그의 신작이 난해하다는 소문이 있더라도, 하야오 애니메이션은 영화관에 가는 자체가 즐거움인데, 팬데믹이 끝나도 늘 텅텅 비어있던 영화관이 사람들로 가득 차 실로 오랜만의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오랜 시간 변함없이 '반전(反戰)‘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메시지를 이룬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감독이 펼쳐낸 세상이 갈피를 잡을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그러므로 신비주의 마케팅을 한 이유를 알겠다. 일종의 피해 가기로도 보였다. 이 영화가 일단 국내에선 거부감 드는 설정, 1938년 중일전쟁을 배경으로 엄마를 잃은 주인공 ‘마히토’가 신비한 왜가리를 만나 벌어지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일본의 전쟁 과욕이나 잘못된 판단..

Cinema & Drama 2023.11.02

신작 ‘미션 임파서블’

한 달이 넘어가는 장마. 종일 끈적거림과 공간을 감싸는 숨 막힘. 그리고 더위에 지쳐버려 게으름 구덩이로 만사가 다 귀찮이즘. 그래서일까? 평소 하던 온라인 소셜 디제이 포스팅도 당연히 은하계 저 멀리 있다. 그때 문득 눈에 들어온 극장 개봉영화 한편, 미션 임파서블. 역시 톰크루즈 작품은 영화관에서 즐겨야 한다. 그래서 신작 미션 임파서블을 보고 왔다. 물론 내 취향상 가격이 좀 더 비싼 돌비 애트모스 상영관에서 말이다. 이 영화는 작가의 작품성을 감상하기보다, 톰의 시대적 상징성과 CG를 능가하는 실제 촬영한 아날로그 피지컬로 물리적 나이를 뛰어넘어 톰이 직접 연기하는 스턴트까지 스토리 외적인 감동을 준다. 물론 영화 자체도 재미가 상당하여, 톰의 현란한 아날로그 몸 날림 액션과 영화관을 통으로 울리..

Cinema & Drama 2023.07.26

할리우드 작가 파업

현재 미국 영화, 미드 대본을 쓰는 할리우드 작가들이 파업 중이다. 여기에 주범은 인간 작가들을 착취하는 ‘넷플릭스’와 작가, 아니 인류 전체를 노예화하려는 Chat GPT와 같은 인공지능 ‘대화형 AI’. 여기에 강대한 적, 넷플릭스와 대화형 AI의 반격도 만만찮다. 작가 파업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심야 토크쇼 프로그램들이다. 이들 방송이 중단됐다. 매일 작가들이 대본을 써야 하는 일일 토크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밖에 주요 할리우드 영화와 미드들이 중단됐다. 그중 넷플릭스의 파업이 심하다. 그 원인이 워낙 복잡하고 광범위하여 긴 설명이 필요한데, 간단히 말하자면,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를 하나의 제대로 된 ‘작품’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킬링타임용으로, 작품이 아닌 ..

Cinema & Drama 2023.06.13

더 글로리의 복수, 용서는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가 세계를 강타 중이다. 보통 복수 드라마는 결말에 가해자가 모호한 참회를 하거나 피해자의 무지막지한 용서로 맥이 빠져 시청자들이 외면해 버리는데, 그간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영화나 드라마도 그와 유사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더 글로리는 학폭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주인공이 모든 것을 걸고,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아 피해자인 주인공의 계획대로 가해자들이 철저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전부를 걸고 복수를 계획해 온 주인공은 가해자의 수를 예상했었고, 이들이 궁지에 몰려 견고해 보였던 가해자들의 연대에도 균열이 생긴다. 결국 “이에는 이”로 철저하게 복수를 해줘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그래서 열광하는 것이다. 과거 정권 때 ‘화해와 용서’..

Cinema & Drama 2023.05.11

디지털의 차가움?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 첨단 장비로 극 중에서 메시지를 늘 주고받는 장면이 많은데, 이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는 이상 과거 아날로그 방식으로 필름 카메라나 구식 테이프 레코더 · 종이 자료 등을 사용하였다면 관객들은 오히려 부자연스럽거나 현실감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 세계에서 이러한 장치들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적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과연 디지털은 차갑다는 느낌일까? 꼭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마치 손의 일부처럼 항상 쥐고 뭔가를 하고 있어서 내가 보낸 메시지를 상대가 지금 읽고 있다는 것까지 인식한다. 바로 기계적인 차가움이 아니라, 분명 손의 일부가 되어 상대의 손을 잡은 것처럼, 물리적으로는 두 사람이 떨어져 있더..

Cinema & Drama 2023.01.05

세월의 뒤안길, 노래 부르는 것도

TV · 음반 · 계산기 · 전화기 · 캠코더 · 녹음기 · VTR · 오디오 앰프 · 스피커 · 팩스 · 시장가기 · 극장가기 · 은행가기 등, 많은 것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고 있다. 이런 와중, 나 자신도 영화관에 거의 안 간다. 집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요 며칠 시간이 남아서 볼만한 것을 찾아 OTT(over the top)를 뒤적이다, 반가운 영화를 발견했다. 2001년 임순례 감독의 영화다.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 밴드를 전전한다. 팀의 리더 성우는 고교 졸업 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고향, 수안보의 와이키키 호텔에 일자리를 얻어 팀원들과 귀향한다. 수안보에 도착한 성우는 고교 시절 밴드를 하며 꿈을 나눴던 친..

Cinema & Drama 2022.12.08

올 여름, 이 영화

지난번 영화 ‘탑건 매버릭’에 대해 포스팅을 했었는데, 사실 과거 향수가 진하게 남아돌아 톰크루즈와의 동년배의식이랄까?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요즘 음향이 죽인다는 영화관이 있어 얼마 전 경기도 남양주에 오픈한 메가박스 돌비상영관까지 찾아가 매버릭을 보고 왔다. 돌비음향이야 늘 접하면서 소리가 끝내준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남양주 메가박스는 국내 유일무이 가공할 수준인 것에 틀림없다. 물론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우퍼에서 소리 뭉게짐이 살짝 느껴져 세밀한 박력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내 귀가 그쪽으로 발달해 그럴 뿐이지 크게 문제될 건 아니고 전반적 애트모스 음향에 푹 빠져서 먼 거리임에도 왕복한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영화 시작, 톰크루즈가 80년대 고전 바이크 가와사키를 몰고 질주하는 ..

Cinema & Drama 2022.09.02

매버릭

영화 탑건의 주인공 이름이다. 톰크루즈가 1986년 1편에서는 24세, 2022년 2편 매버릭은 60세의 나이에 연기해서 36년 차이를 두고 같은 배우가 속편 주연을 맡은 것은 기록에 남을 일. 거의 나와 같은 시기를 지낸 동년배쯤 된다. 그러므로 2편 탑건 매버릭을 보면서 세월의 뒤안길 같은 아련함도 있고 친숙함으로도 다가왔다. 1987년 1편이 피카디리극장에서 상영되었다. 거기서 봤는지, 재개봉관에서 봤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시대상에 따른 줄거리 전개가 무척 재미있다. 1986년에는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소련의 지원을 받는 인도양의 어느 국가와 교전을 벌인다는 내용이며, 무엇보다 베트남전 이후, 최초로 할리우드가 미군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제작한 영화라는 것. 베트남 전쟁은 미군의 참담한 실패로..

Cinema & Drama 202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