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 & Edu 111

12월, 마지막 잎새

그날 밤 폭풍우가 매섭게 몰아친다. 존시는 옆집 담쟁이덩굴을 보는데 나뭇잎들이 다 떨어졌지만, 마지막 잎새 하나는 끝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존시는 그 나뭇잎에 감화되어 삶에 대한 의지를 얻게 된다. 그 뒤 존시가 완전히 회복되자 의사는 놀라워한다. -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中.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달력 한 장 남아 12월은 절망과 희망으로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면서 가뜩이나 4분기는 한해의 끝이라 심란한데 쌀쌀해지는 날씨와 떨어지는 낙엽은 계절을 타며 센티 해진다. 하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에 계절성 우울증은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봄에 회복되는데 이 소설에선 인위적으로 그린 잎새로 계절성 우울증을 치료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안..

Nature & Edu 2023.12.21

시간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46억 년 지구 역사에 비춰 인간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를 이렇게 말했다. “에펠탑의 높이가 지구 생성 이후의 시간 길이를 가리킨다면, 인간 출현의 역사는 에펠탑 꼭대기에 칠한 페인트 두께에 불과 하다.”라고. 이제 한파가 닥칠 겨울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2023년도 달력 한 장 남아, 지난여름이 꽤 길게 느껴져 끝 모를 것 같았지만 잠깐의 가을을 지나며 겨울로, 지루한 장강의 앞 뒷물을 떠나서 ‘시간’은 물리학의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에 의하여 우리의 뇌 속에서 무척 주관적(생체적 이미지)이며, 반대로 거스를 수 없는 객관성(물리적 시간)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인간이 순간순간 단일한 시간만을 감지하는 존재가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종교적일 정도로) 구조를 가진, 여러 순간을 동시..

Nature & Edu 2023.12.21

오염수의 영향은 즉각적이다.

보도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 다음 날 25일 이후, 각 지역 수산물 취급 업소에 손님들이 드물어서 심지어 일부 상인들은 가게 문을 일찍 닫아 버리고 만다. 이미 수개월 전 오염수 방류 소식이 나올 때부터 손님이 점점 줄더니 지금은 아예 뚝 끊겼으며, 추석 대목이 걱정될 정도이다. 결국 팬데믹 이후 소비 회복을 기대했던 수산업계가 패닉에 빠져 소비 타격이 심해지면 수산업 자체가 붕괴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수산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소비 충격이 커질 경우, 산업과 고용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수산업계가 소비에 민감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수산물 소비량이 쌀이나 육류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근거 없는(?) 괴담 진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일..

Nature & Edu 2023.10.06

장마철 Blue

6월 어느 순간부터 7월 현재까지도 비가 줄기차게 내려 심리적으로 우울해질 수도 있다. 이처럼 비는 신화 • 전설 • 민담이나 각종 매체에서 비극적 사건을 암시해 준다. 하지만 차분한 분위기, 어두운 날이 선사해주는 일상적 공간의 이질화를 통해 빗소리의 아름다움이 도드라진다. 그래도 장마철에는 연속되는 비로 대기가 무척 습해서 몸의 땀이 잘 마르지 않아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동시에 우울함을 더한다. 이렇게 비가 도드라질 때, 우울의 극대화로 해탈 지경에 오르는 이런 노래가 어떨까? 여기 ‘도나도나'는 2차 대전 중인 1941년 '샬롬 세쿤다'가 곡을 쓰고, '아론 제이틀린'이 이디시어(유대인의 언어 중 하나)로 가사를 쓴다. 내용은 도살되기 위해 끌려가는 송아지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는데, 진짜 의미는 나치..

Nature & Edu 2023.07.26

재미있는 태풍 이름

태풍에다가 맨 처음 이름을 붙인 것이 호주였다. 그런데 호주 예보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가져다 붙여 풍자적인 느낌이 강했었다. 예를 들어 싫어하는 정치가 이름이 ‘제임스’이면 “현재 제임스가 태평양 해상에서 헤매고 있어 빨리 물러갔으면 좋겠으며, 제임스가 엄청난 피해를 안겨줄 듯 합니다.”라고 태풍 예보를 한 것이 시초이다. 한국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태풍 이름을 정할 때 무척 고민했다는 후문. 이것을 우리 한국식으로 해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마치 “‘굥’이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6월, 태풍과 장마의 계절이다. 며칠 전 태풍 ‘마와르’로 괌을 여행한 많은 한국인이 무척 고생했다. 보통 1년에 태풍이 30번 이상 온다. 그래서 각국은 경쟁 아닌 아이디어 싸움으로 해서 미리 태풍 이름..

Nature & Edu 2023.06.13

인간은 오래 살어

친구나 같은 또래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다들 하나같이 임플란트 몇 개 심느니, 눈에 날 파리가 자주 끼어 안과를 다닌다거나, 귀가 어두워져 이비인후과 신세를 지고, 혈압이나 당뇨병 등등해서 가지각색 신체의 이상을 말한다. 그건 나이가 적잖이 든 탓이다. 20-30-40 시절에는 언제 감기 걸렸나 싶고, 몸에 작은 이상 신호가 와도 그러려니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평상시 몸 상태로 돌아왔지만, 그 이상 나이 들어 미세한 몸 이상이 길게 가면서, 또 그걸 무시하면 이젠 아예 몸에 병증과 공생하는 것이다. 즉 만성화된다. 그래서 각자 병원을 들락거리게 되는데, 그게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 어쩌면 인간수명이 지나치게 길어져 생체에 이상 반응이 오는 것 아닐까? 원래 인간수명은 유인원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길어..

Nature & Edu 2022.11.26

알콜 우울증

술을 늘 마시는 사람이 알콜이 체내에 남아 있을때와 그렇지 않을 때 감정기복 변화가 심한걸 말한다. 예전 같이 퍼 마시는 시대는 아니라서 좀 적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많이 보인다. 그만큼 알콜 상존자들이 꽤 있다는 말인데, 알콜 우울증은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예기치 않은 피해를 준다. 특히 말로 멀쩡한 상대방 감정을 건드려 괴롭힌다. 결국은 상대방이 인간관계 정리 수순까지 간다. 알콜 우울증은 술을 상당기간 멀리했더라도 자신도 모르는새에 가끔씩 증세가 나타 난다. 이를테면 멋대로 상상하여 상대방에게 말 실수해서 똑 같이 감정을 건드리는 것. 그만큼 인체에서 술독이 빠지는데 자신이 마신 시간만큼까지 아니더라도 오래걸린다. 나 역시 거기서 완전히 자유로운지 늘 살펴보곤한다. 확실히 체내 술독이..

Nature & Edu 2022.10.24

가을로

2022. 여름. 1·2차에 걸친 장맛비, 특히 어제 그제 서울과 중부권의 물 폭탄은 도시가 마비될 지경이고 인명피해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들도 여럿 들린다. 이제 한국은 여름이 아열대성 지대로 확실히 접어든 것 같다. 계절감이랄까 비가 오고 나서 오전 기온이 피부에 미세하지만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끝 모를 장강의 앞 물이 뒷물에 밀려나 듯 자연의 법칙은 변함없다. “가을하늘 공활한데” 국가 3절 시작이다. 여기서 '공활'이란, ‘하늘과 땅이 텅 비고 매우 넓다’는 뜻. 소설가 펄 벅은 ‘조선의 가을 하늘을 접어서 편지에 넣어 보내고 싶다’고도 했다. 天高馬肥,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다'라는 말인데, 중국 한나라 때, 가을이 되면 정말 말들이 비육해져 살찌고, 남쪽은 곡창..

Nature & Edu 2022.08.10

비가 내리면

요즘처럼 계속 비가 오면 감정에 무딘 사람들도 평소와는 다르게 감정곡선이 변화가 인다. 색깔로 치면 ‘Blue’다. 마음이란 참 알 것 같다가도 모른다. 비가 나를 촉촉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출근길 아침 비는 짜증을 불러오고, 괜히 비에 젖은 빨래를 보며 투정거리고 문득 잃어버린 우산이 보이지 않아 자신을 책망해 본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면 괜히 비를 탓하면서 몸이 더욱 피곤해한다. 이런 날은 비가 달갑지 않다. 우리는 날씨를 통해 또 다른 감정이 생긴다. 활동시간도 계절에 따라 달라지며 나 자신도 원하는 계절이 생기기 마련이다. 봄에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게 하고 가을에는 쓸쓸함을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행복지수가 다르게 나타난다. 밤에는 호르몬의 도움으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을..

Nature & Edu 2022.06.30

한글과 옥스퍼드 사전

단순히 옥스퍼드 사전에 말이 올라갔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밈(Meme, 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전달되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총칭)을 가지니 언어도 퍼지는 것이다. 언어가 문화를 만든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이것은 문화를 포함해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준다. 중국과 대만은 문자가 간체와 번체로 표기가 달라지면서 같은 중화문화와 사상도 점차 멀어졌다 해도 어차피 같은 한자권이라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일본도 확실한 한자권이라 일종의 동 아시아적 요소가 강해 한자로 서로 같은 이해와 생각을 가지게 된다. 또한 문화 동질의식도 강하다. 하지만 한글은 너무 독특해서 이들 문화와는 많은 부문이 다르게 느껴진다. 왜 같은 동아시아에서 한..

Nature & Edu 2021.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