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전쟁과 평화 2023. 5. 11. 11:24

 

일본의 봉건적이고 호전적인 정치는 거부하지만, 문화 면면을 보자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많다. 이들은 일본 정치, 그들 사회 성향과는 다르게 상당히 진보적이고 인류애 지향이 적지 않다. 그중 사카모토 류이치를 꽤 오래전부터 애정해 왔는데, 그가 3월 28일 71세로 별이 되었다. 상당히 많은 음악 레퍼터리를 만들어냈으며 마이클 잭슨이나 에릭크랩튼도 사카모토의 곡을 리메이크할 만큼 국제적인 명성도 높았다. 물론 한국에도 그를 좋아하는 음악팬들이 많다. 또한 음악 활동 외로 환경 보호와 사회 운동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는데, 그가 유명세에 시달린 탓에 평소 조용한 사생활을 추구했지만, 인류 보편적 생존의 조건을 뒤흔드는 문제에 대해선 오히려 유명세를 통해 사회의 관심을 이끄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고교 시절 일본 사회주의 운동에 깊은 감명을 받아 60년대 ‘전공투’로 학생 운동에 참가해 바리케이드 봉쇄를 결행하기도 했고, 대학 시절에도 적극적인 운동권의 면모를 보인다. 세월이 흘러 1999년에 제작한 오페라 'LIFE'를 계기로 환경과 평화에 대해 자주 언급하며, 잔여 지뢰 제거 활동을 위한 자선곡인 'ZERO LANDMINE' 등을 발표하기도 했고, 2006년 '아오모리현 핵처리시설 설립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반핵운동에도 주도적으로 나섰다. 특히, 반핵운동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더 강력하게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헌법 9조의 개정에 강하게 반대하며 일본 내 사회적 화두인 부부별씨(夫婦別氏) 제도의 도입에 찬성하는 한편 2015년부터 아베 신조 정권이 강하게 밀고 나갔던 집단 자위권과 평화 헌법 개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행보를 보였다.

 

다른 각도의 의미 있는 행동이, 사카모토가 일본에서 발매된 자신의 음반이나 책이 한국에서 라이선스 되어 특별히 발간 되는 책이나 기타 상품들이 출시하는 경우 본인의 기준에 만족할 때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시간을 들여서 확인하는 것으로 유명했다.(이것은 한국 외 지역에서 발매될 경우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오랜 시간 동안 재활용 종이를 사용해서 상품을 제작해왔기 때문에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용지를 사용 제작을 했는지, 콩기름 잉크로 인쇄 했는지 확인을 한다던가, 등등.

 

사카모토는 자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연설을 통해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격려하고, 한국인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도 일본 정부가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며, 한국을 적극적으로 이해한다. 이를 보고 극우단체에서는 재일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음악적으로는 도쿄 예술대학에서 고전음악을 전공하여 바흐와 헨델 등 많은 작곡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동시에 그는 다양한 나라들의 민속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자신의 음악에 접목하기를 좋아하는데, 이처럼 영화 ‘마지막 황제’의 OST 제작 당시 의뢰를 받고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 만큼 사전지식이 없어서 구할 수 있는 중국 음악의 음반을 모조리 구해서 공부했다고 자서전에서도 밝힌 바 있다. 한국의 민속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아주 오랫동안 교류하는 국악인들이 많이 있다. 거기에 한국 대중음악도 관심 사항이라 MC 스나이퍼, 영화 기생충 음악을 담당했던 정재일, 최근 BTS 멤버인 슈가와도 교류하였다. 사카모토의 음악 범위는 재즈 · 탱고 · 보사노바, 영화음악을 비롯해 일렉트로니카와 월드뮤직 · 뉴에이지 · 힙합까지 아우르는 음악적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일본인이지만 위대한 별이 졌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유명을 달리하여, 역시, 한 시대의 흘러감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한일 정치, 역사의 수렁은 어제오늘의 사건이 아니지만, 예술과 문학에 있어서는 다르다. 일본 현실에 훨씬 앞서간 이들이 많았고 지금도 적지 않다. 문화의 힘이 한일 역사의 격랑을 메워 줄 것인지? 난 그렇게 되리라고 본다.

 

 

거장, 위대한 시민,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작곡, 영화 鐵道員(ぽっぽや, 철도원) OST, 노래 坂本美雨(Sakamoto miu) 한글 자막

 

https://youtu.be/bnIMs_AUS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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