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차이팟 맥스, 에어팟 맥스

전쟁과 평화 2022. 10. 21. 16:59

어쩌면 오디오는 사회 계급의 상징이다. 참고로 애플사의 헤드폰인 에어팟 맥스는 70만 원대 나름 고가의 블루투스 헤드폰인데, 요즘 버스나 지하철 안에 에어팟맥스를 착용한 10대 20대들이 많길래, 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얼마나 용돈을 받는지, 아니면 알바를 해서 그 정도는 쉽게 구매할 수 있는지? 그러기에는 쉽지 않을 텐데 하는!

 

그러자 의문은 쉽게 풀렸다. 중국산 이미데이션 헤드폰(일명, 차이팟 맥스)이었던 것. 버젓이 쿠팡 같은 온라인 상점에서 판다. 가격도 저렴하다. 2만에서 3만 원 사이.

 

삶과 사람이 아닌 기계에 마음을 쏟으며 진리를 논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은 그들을 ‘마니아’라 한다. 마니아들은 자기가 소비 가능한 것부터 구매하며 역량을 넓혀 가는데, 그 최초에 만 원 이하로 시작할 수 있는 이어폰과 십 수 만 원 부터 구매가능한 오디오 기기다.

 

소수의 인원들은 10대 이후, 기성세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음향 커뮤니티에 남아 높은 지식을 갖춘 초고수로 거듭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30 ~ 40대 부터 주 관심사가 자동차로 옮겨가게 되고, 앰프와 헤드폰은 서브 아이템으로 취급된다.

 

10 ~ 20대가 이어폰을 주로 가지고 놀고 30 ~ 40대 이상이 오디오 시스템과 자동차, 카메라를 주로 다루는 이유는 취향 이전에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소비역량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

 

재미있는 건 비중인데, 절대 가격은 30대 이후가 다루는 자동차와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이 더 높지만 그것을 구매하는데 지불 하는 비용이 자기가 가진 것의 전부인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10 ~ 20대에게 음향기기를 구매하는 몇 십 만원은 그들이 가진 경제력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두 집단 모두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투자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일부인 것과 전부인 것은 크게 다르다.

 

돈이 전부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경제력을 다 쏟아가며 이룬 가치는 경우에 따라 인생의 방향까지 대입된 ‘진리’로 포장되기도 한다. 이것이 이어폰과 헤드폰에 집착하는 10 ~ 20대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질이라는 가치를 ‘진리’로 포장하여, 기성세대들의 허세에 머물지 않고 더 강력한 배타성과 공격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까지 비약되기도 하는데, 청춘들 주머니 속사정이 좋아하는 음악감상과 약간의 허세로 중국산 차이팟맥스를 머리에 착용하는 현실은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그대로 보자는 게 내 생각이다.

 

 

Take on Me (한글자막) / A-ha(Live, Unplugged)

 

https://youtu.be/Q3IgruEOS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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