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 Word

주점 벽에 낙서한 無名氏의 시 한수.

전쟁과 평화 2016. 1. 20. 14:57

 


- 잘 가는 아현시장, 빈대떡전문인 이모집의 한지 바른 벽에 낙서 하듯 휘갈긴 시가 날 무심하게 만든 진한 기억이 나서 소개해 봅니다.

 




 

아배생각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밭고랑 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니 오늘 외박하나?
-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발로 받쳐 선채 짐직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아야, 어디 가노?
- 예... 바람 좀 쐬려고요.
-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前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PAPA / Song By, PAUL ANKA


https://youtu.be/WSne7Eej8w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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