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음반 · 계산기 · 전화기 · 캠코더 · 녹음기 · VTR · 오디오 앰프 · 스피커 · 팩스 · 시장가기 · 극장가기 · 은행가기 등, 많은 것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고 있다. 이런 와중, 나 자신도 영화관에 거의 안 간다. 집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요 며칠 시간이 남아서 볼만한 것을 찾아 OTT(over the top)를 뒤적이다, 반가운 영화를 발견했다. 2001년 임순례 감독의 영화다.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 밴드를 전전한다. 팀의 리더 성우는 고교 졸업 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고향, 수안보의 와이키키 호텔에 일자리를 얻어 팀원들과 귀향한다. 수안보에 도착한 성우는 고교 시절 밴드를 하며 꿈을 나눴던 친구들과 재회한다. 그러나 그들은 어느새 생활에 찌들어 있었다. 여기에 성우의 첫사랑이었던 인희는 남편과 사별하고 야채 트럭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 성우는 어린 시절의 꿈과 사랑을 되새기며 이들의 변화에 서글픔을 느낀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며, 고단한 현실에서 어린 시절의 꿈과 현실은 성우에게 이제 선택이 남아있다. 밤무대 밴드 생활을 계속할 것인가? 떠나간 다른 멤버들처럼 인기 없는 음악을 접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것인가? 결국 성우는 여수로 내려가 그곳 카바레에서 과거 사랑했던 인희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그 장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나오는 노래로 ‘사랑밖에 난 몰라’가 잔잔하게 깔린다. 명장면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밑바닥 음악 인생을 애잔하게 그린 수작으로 아직도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손꼽힌다. 여기서 불경기로 인해 그룹이 와해 됐다고 하지만, 실상은 1990년대에 가라오케가 상륙하더니 이를 발전시켜 범국민 대중화에 성공시킨 노래방으로 인해 사람들은 어느 한 장소에서 노래를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닌 주체적으로 부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실 이 시기에 나이트클럽, 혹은 카바레 밴드나 유흥주점의 오부리(1인 밴드)가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노래방으로만 가버리거나 유흥업소에 노래방 기계를 설치해버렸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이런 시대상을 보여주며 인간사를 살뜰히 살펴 풀어낸 것인데, 어쩌면 이 시절 밤의 대중음악 종사자들도 노래의 기계화 디지털화에 피해를 본 것이고 그 영향은 2022년 12월 오늘도 세월의 뒤안길 사라지는 것들의 한 대목은 계속되고 있다.세월의 뒤안길, 노래 부르는 것도
TV · 음반 · 계산기 · 전화기 · 캠코더 · 녹음기 · VTR · 오디오 앰프 · 스피커 · 팩스 · 시장가기 · 극장가기 · 은행가기 등, 많은 것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고 있다. 이런 와중, 나 자신도 영화관에 거의 안 간다. 집에서 해결하기 때문인데, 요 며칠 시간이 남아서 볼만한 것을 찾아 OTT(over the top)를 뒤적이다, 반가운 영화를 발견했다. 2001년 임순례 감독의 영화다.
나이트클럽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 밴드를 전전한다. 팀의 리더 성우는 고교 졸업 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고향, 수안보의 와이키키 호텔에 일자리를 얻어 팀원들과 귀향한다. 수안보에 도착한 성우는 고교 시절 밴드를 하며 꿈을 나눴던 친구들과 재회한다. 그러나 그들은 어느새 생활에 찌들어 있다.. 여기에 성우의 첫사랑이었던 인희는 남편과 사별하고 야채 트럭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 성우는 어린 시절의 꿈과 사랑을 되새기면서 이들의 현실에 서글픔을 느낀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일까? 어린 시절의 꿈과 고단한 현실은 성우에게 이제 선택이 남아있다. 밤무대 밴드 생활을 계속할 것인가? 떠나간 다른 멤버들처럼 음악을 접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것인가? 결국 성우는 여수로 내려가 그곳 카바레에서 과거 사랑했던 인희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그 장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나오는 노래 ‘사랑밖에 난 몰라’가 잔잔하게 깔린다. 명장면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밑바닥 음악 인생을 애잔하게 그린 수작이면서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손꼽힌다. 영화에 불경기로 그룹이 와해 됐다고 하지만, 실상은 1990년대 가라오케가 상륙하더니 이를 발전시켜 범국민 대중화에 성공시킨 노래방으로 인해 사람들은 어느 한 장소에서 노래를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닌 주체적으로 부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실 이 시기에 나이트클럽, 혹은 카바레 밴드나 유흥주점의 오부리(1인 밴드)가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이것은 사람들이 노래방으로만 가버리거나 유흥업소에 노래방 기계를 설치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시절 밤의 대중음악 종사자들도 노래의 기계화•디지털화에 피해를 본 것이고, 2022년 12월 오늘도 세월의 뒤안길 사라지는 것들의 한 대목은 계속되고 있다.
사랑밖에 난 몰라(와이키키 브라더스 ost) / 오지혜(Audio Remastering,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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