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건의 주인공 이름이다. 톰크루즈가 1986년 1편에서는 24세, 2022년 2편 매버릭은 60세의 나이에 연기해서 36년 차이를 두고 같은 배우가 속편 주연을 맡은 것은 기록에 남을 일. 거의 나와 같은 시기를 지낸 동년배쯤 된다. 그러므로 2편 탑건 매버릭을 보면서 세월의 뒤안길 같은 아련함도 있고 친숙함으로도 다가왔다. 1987년 1편이 피카디리극장에서 상영되었다. 거기서 봤는지, 재개봉관에서 봤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시대상에 따른 줄거리 전개가 무척 재미있다. 1986년에는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소련의 지원을 받는 인도양의 어느 국가와 교전을 벌인다는 내용이며, 무엇보다 베트남전 이후, 최초로 할리우드가 미군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제작한 영화라는 것. 베트남 전쟁은 미군의 참담한 실패로 끝나,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인들의 자부심과 애국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 이후 대중문화에 묘사된 미군은 플래툰·지옥의 묵시록·람보 1편처럼 무능하고 부패하며 위험천만한 존재여서 80년대 심각한 경제위기와 전 세계적인 반미 열풍 속에 헐리웃이 묘사하는 미국은 초강대국의 위엄찬 모습이 아니라, 갈 곳을 잃고 휘청거리는 상처투성이의 존재였다. 당연히 미군이 이런 영화들에 제작 지원을 거부하여 헐리웃은 지옥의 묵시록과 플래툰을 촬영하면서 필리핀군의 협조를 받아야 했다. 그때 혼란에 지친 대중들에게 강한 미국의 복원을 주창한 레이건의 구호에 따라 이런 분위기가 할리우드까지 퍼지면서 등장한 게 바로 ‘탑건’이다. 당시 파라마운트사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미 국방부와 긴밀하게 협력했고, 실제 항공모함과 전투기, 다수의 엘리트 파일럿들과 현역 미군 장병들을 촬영에 동원할 수 있어서 그야말로 미군을 지구방위대, 정의의 사도로 때깔 나게 묘사하여 펜타곤을 만족시켰고, 베트남전의 실패와 경제 위기로 상처받은 미국인에게 강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지금 개봉하고 있는 탑건 2편 매버릭은 적국이 여러 나라의 특성을 조금씩 섞어서 모델로 삼은 가공의 국가다.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고, 영토에 민가 같은 것도 나오지 않아 문화권을 유추할 여지도 없으며,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적국 인물들 역시 외모는커녕 인종조차 유추가 거의 불가능하다. 1980년대와 달리 현재는 프로파간다를 예전처럼 노골적으로 만들기 쉽지 않아 적국을 직접 지칭하기 어려워진 시대가 되었으므로 논란을 삼가기 위해 최대한 국적성을 없앴다. 하지만 여러 특성을 보면 떠오르는 국가들은 있다. 다만 이를 모두 공유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매버릭에서 조약을 어기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한 테러 지원국이 나오는데, 핵개발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미 핵을 가진 러시아 같은 강대국은 아니고, 은밀히 핵개발을 시도하는 중견 국가로 보인다. 따라서 이제 핵개발을 시도하려는, 이 시설만 타격하면 핵개발이 불가능해지는 단계의 국가임을 알 수 있다. 미국 항모가 접근 가능한 대양에서 곧바로 침투할 수 있으며 바다에서 바로 눈이 덮인 험준한 산악지대로 이어진다는 점. 그리고 눈이 상당히 많이 내렸고 키 큰 침엽수림이 우거진 숲이 바닷가 근처에 있는 모습 등은 고위도 지방, 구 유고슬라비아 지역이나 북한에 가깝다. 하지만 매버릭은 이들 국가를 모두 적절히 섞어서 어느 나라인지 유추하기 힘들게 의도적으로 만들었다.
영화 매버릭은 그야말로 다변화된 세계관을 직관적으로 돌파했다고 할까? 미국영화에서 스스로 경찰국가, 세계 제1의 초강대국 이미지를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세상이다. 세계 경제와 정치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여기에 첨언하자면 탑건 2 매버릭에 중국 위쳇페이의 텐센트(腾讯, Tencent)가 상당부분 투자를 했지만 결국 중국 본토 상영은 취소되었다.
참고로 ‘탑건 매버릭’은 요즘같이 답답한 시절, 꿀꿀함을 날려버릴 볼만한 영화다. 이 영화를 보려면 꼭 돌비비전 화질과 돌비애트모스 사운드로 운용되는 메가박스의 돌비상영관에서 볼 것을 추천한다. 화질은 물론 특히 돌비사운드가 압권이다.
Hold My Hand(Top Gun, Maverick, OST)한글자막 / Lady Gaga
☞ 이 노래는 힘든 시간 겪는 그리고 힘든 시간을 보낸, 세상에 보내는 러브레터에요. - Lady G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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