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 History, Religion

대륙의 총선

전쟁과 평화 2024. 4. 16. 12:42

 

14억 인구, 인도에서 543명의 하원의원을 뽑는 총선이 5년마다(이 총선으로 집권당과 총리가 정해진다.) 있다.

약 100만 개 이상의 투표소, 9억 명의 유권자, 10조 이상의 돈이 드는 이 지구상 최대 이벤트를 이끄는 주체는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이다. 우선 선거 날짜를 정하는데, 인도는 북쪽 추운 히말라야산맥, 남쪽 무더운 인도양, 서쪽 황량한 타르사막, 동쪽 악어가 득실거리는 안다만제도가 있다. 이 버라이어티한 환경에 무엇보다 전국을 진흙탕으로 만드는 몬순과 40도가 훌쩍 넘는 한여름, 수많은 학교의 시험 기간, 지역마다 다른 농사철, 종교마다 다른 축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정해도 유불리를 따지는 2,300개 이상의 각 정당과 지루한 협상을 벌인다. 선거 날짜가 정해지면 이때부터 선거관리위원장은 레임덕에 빠지는 총리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사실 인도의 선관위 직원은 전국을 다 합쳐봐야 800명이다. 당연히 인구에 비해 터무니없는 적은 숫자이다.

 

막강한 선관위는 공무원은 물론 그 어떤 물자도 징발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총선에서 군과 경찰, 사무원, 불법 선거 감시팀 등 1,100만 명을 연방정부와 주 정부에서 차출했다. 여기에 다수 기차와 20만 대 이상의 각종 자동차, 여러 비행기와 헬기, 보트, 트랙터, 수레와 노새도 있다. 그리고 사막과 밀림에서의 선거를 위해 낙타와 코끼리도 수백 마리 고용했다.

 

인도가 투표를 하루에 마치는 건 불가능하다. 지난 2019년 총선은 첫 투표에서부터 개표까지 1달 반이 걸렸다. 항상 인도 선거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높은 문맹률로 인도에선 9억 명의 유권자 중 약 2억 5천만 정도가 글자를 모른다. 이 때문에 우리처럼 우편물로 선거 안내문을 보내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시골은 주소가 명확하지 않은 곳도 꽤 있어 제대로 전달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략 1,000명 단위로 그룹을 만들어 담당자를 두고 이들이 각 집을 찾아다니며 우편물을 전달하고 선거 규칙과 투표 방법을 일일이 설명한다. 때론 투표일이 되어 이들을 투표 장소로 안내하는 일도 맡는다.

 

인도는 세계 최초로 2004년 총선부터 전자투표기를 전국 선거에 도입했다. 특히 문맹을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둔다. 기호가 있고, 후보자 사진이 있고, 정당을 상징하는 그림도 있다. 그래서 심볼에 따라 현재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소속된 ‘인도 국민당’을 ‘연꽃당’으로 야당인 ‘인도 국민회의’는 ‘손바닥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로 농업기구가 등장하던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로봇, 마우스, USB, 노트북 등도 심볼로 사용된다. 하지만 종교의 상징물과 동물은 엄격히 금지된다.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해서이다.

 

인도의 많은 언어도 보통 걸림돌이 아니다. 헌법에 지정된 공용어만 22개고, 1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만도 200개가 넘는다. 그래서 투표용지는 물론이고, 모든 선거 관련 자료는 영어와 힌디어, 해당 지역의 언어 등 최소 3가지 이상으로 준비한다. 또한 법으로 ‘투표소는 반드시 유권자로부터 반경 2km 이내에 설치’되어야 한다. 실상 그 넓은 땅에 흩어져 사는 인도인들에겐 이게 정말 어려워, 이를 위해 인도의 선거는 정말 어벤져스 해 진다. 이 때문에 비용도 엄청나게 들지만, 인도 선관위는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악전고투를 한다. 한편 선관위는 정당과 후보들이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지도 감시해야 한다. 우선 투표 지역의 주류 판매부터 금지시킨다. 정당이 유권자에게 뇌물로 술대접을 하거나, 술에 취해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집권 여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은 우선 감시 대상이다. 정부는 선거기간 그 어떤 신규사업이나 도로, 다리 등의 건설을 발표할 수 없다. 또 하나, 여야 불문하고 군이 등장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쓸 수 없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난한 선거 과정에 비해 막상 투표나 개표는 간단하다. 유권자는 전자투표기의 후보자 옆에 있는 파란색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인도의 전자투표기는 정전에 대비해 건전지로 작동되고, 인터넷이나 USB, 불루투스 단자조차도 없어서 외부 해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도의 전자투표는 여러 선거에서 그 효율과 안정성을 인정받아 무척 신뢰도도 높고, 주변국으로 수출까지 된다. 이 전자투표기 덕에 개표는 인도 전역에서 단 하루면 끝난다.

 

사실 1947년 독립 이후 인도에서 민주주의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고, 너무나 복잡하고, 너무나 종교적, 계급적, 언어적으로 분열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를 비웃듯 인도는 단 한번의 군부 쿠데타도 없이 평화롭게 오랜 세월 정권교체를 이루어 왔다. 이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단 한 명의 유권자도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인도 전체가 기울인 처절한 노력이 한몫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Юу вэ юу вэ юу(Yuve Yuve Yu-어째서인가, 어째서인가?) 한글 자막 / The HU(2018)

☞ 몽골의 메탈 밴드 ‘The HU’의 첫 번째 정규 앨범 ‘The Gereg’의 수록곡. 나태해지고 배타적이며 자만심에 가득 찬 몽골의 현시점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게을러지는 몽골인, 국토 황폐화를 막지 못하는 몽골인에 대한 스스로 질타다. 외세만 없었으면 잘 살 수 있었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퍼져있고, "몽골인은 지배할 운명을 타고났다."라는 식으로 자조하며 살아가는 것을 일갈하는 가사다.

 

https://youtu.be/Pa_nDsKF1ko?si=vOcTIFljK6tjKk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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