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 -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보고도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신파의 정수, 구한말 일본을 통해 등장한 신파(새로운 유파) 연극에서 유래한 한국 멜로드라마의 뿌리이며, 신파 특유의 작위적인 반전이나 극단적인 감정 자극을 위한 반복성이 가미된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 관객들은 신파를 하류로 전락시켜 버렸다.
요즘 핫한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흥행지수나 작품평가가 매우 높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장르인 '데스게임'은 생존을 건 게임을 소재로 극화한 장르다. 또한 작품을 지배하는 정서가 지극히 매력적인지, 어둡고 불편한 현실적인 분위기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는 전형적인 헐리웃 방식과 다르고 탈북인 · 노모에 빌붙어 사는 다 큰 아들 등 등장인물도 새롭다. 생존게임도 구슬치기 · 줄다리기 · 딱지치기 등 다분히 한국적이다. 일례로 미국 포브스는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매체는 "센세이션을 일으킨 시리즈로 한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어두운 부분을 스릴러 장르로 파헤친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러한 호평에 동의하지 않는 관객들이 상당하다. 기존 데스게임 장르에서 주목 받았던 작품들과 차별화되지 않을 뿐더러 개연성이 낮고 ‘신파’가 많아 장르 특성인 박진감이 무디다는 것이다. 해외 관객들이 신선하게 느낀 소재가 국내에선 진부한 만큼, 작품성에 보다 초점을 맞췄기 때문. 여기에 옛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은 신선했지만, 오징어 게임은 기괴한 인형이 심판을 보며 첫 게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데,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에서 “다루마 상가 고론다(일본식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와 여러 일본 데스게임류 영화 몇 개 장면과 유사하다는 연이은 지적.
하지만, 장르 특성 상 흐름이 비슷한 측면은 있지만 일본 작품들이 게임에 집중하는 반면 오징어 게임은 지나친 경쟁의 폐해 등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이 같은 한국적 정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성공으로 입증됐다. 실제 아시아 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대중문화 한류가 확산하면서 한국적 정서가 스며든 드라마와 영화들이 연일 대박을 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승리호'와 '살아있다', 드라마 '스위트홈' 역시 해외에서 최고 인기 콘텐츠에 올라 넷플릭스가 올해에만 국내 콘텐츠 제작에 오천억 원을 투자하는 이유이다.
한국 관객들이 국내물은 물론 세계 각국의 콘텐츠를 많이 보고 느끼는 탓인지, 평가가 다른 어떤 나라 관객들보다 날 선 느낌이다. 그러므로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대해서 호불호가 분명한 게 아닐까?
하늘색 꿈(1997) / 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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