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지갑이 저절로 열린다. 날궃이 하러, 막걸리 추렴하느라.
누군가에게 시간 상관없이 “비가 와”
그럼 상대방은 “어쩌자구”
그러면 나는 "글쎄, 비가 온다니깐"
"지금 바로 나와. 아현시장 이모집에서 빈대떡에 막걸리나 한잔 하게."
'우(雨)요일'이다. 11월에 유난히 비가 많다. 11월은 12월, 끝으로 가는 별 것 없는 한 달 인데, 유난한 비는 11월에 새로운 감흥을 만들었다.
‘우요일’에 나는 흐린 차분함과 빗물 특유의 흙 향, 툭 툭 거리며 내리는 소리가 내 혼을 흔든다. 그래서 빗소리 같은 전 부치는 소리에 막걸리는 중독성 가득한 향정신성 약을 복용하듯 머릿속 신경계에 무슨 약물이 투입된 거 같다.
특히 내리는 비에 막걸리와 부침개는 소박한 일상에 판타지를 제공한다. 그건 단지 비란 이유로, 늘 그런 일상보다 오버스러운 행동과 언어가 툭 튀어 나오니까. 이런 나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줄 성 싶지만, 사람들은 관용으로 베풀고 함께 동참한다. 그래서 비가 사람들을 마취시키는 판타지 같다는 거다.
비만 오면 일하는 시간에 관계없이 전화를 걸어 막걸리 한잔 먹자고 마구 보채는 살 가운 벗과 자신도 모르게 막걸리와 부침개를 떠올린다. 그렇게 막걸리를 마시다보면 마음이 착 가라앉으면서 막걸리 잔 속에 실루엣처럼 추억이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동네에 비가내리면 / 노래, 임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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